태어남은 하나의 약속이다./ 장영희

태어남은 하나의 약속이다.
나무로 태어남은 한 여름에
한껏 물오른 가지로
푸르름을 뽐내리라는 약속이고,
꽃으로 태어남은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
그 화려함으로 이 세상에
아름다움을 더하리라는 약속이고,
짐승으로 태어남은 그 우직한 본능으로
생명의 규율을 지키리라는 약속이다.
작은 풀 한 포기, 생쥐 한 마리, 풀벌레 한 마리도
그 태어남은 이 우주 신비의
생명의 고리를 잇는 귀중한 약속이다.
그 중에서도 인간으로 태어남은
가장 큰 약속이고 축복이다.
불가에서는 모든 생명체 중에서
인간으로 태어날 가능성이야말로
넓은 들판 가득히 콩알을 널어놓고
하늘 꼭대기에서 바늘 한 개를 떨어뜨려
콩 한 알에 박히는 확률과 같다고 한다.
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태어나는
우리의 생명은 그러면 무엇을 약속함인가.
다른 생명과 달리 우리의 태어남은
생각하고 이해하고
사랑할 수 있는 기회의 약속이다.
마음 끝에 용서할 줄 알고,
비판 끝에 이해할 줄 알며,
질시 끝에 사랑할 줄 아는 기적을 만드는 일이다.
- 글 / 故장영희교수 [내생에 단 한번 / 약속] 중에서
- 그림 / 꽃을 그리는 창원(菖園)노숙자화백(노주현님친누이)
- 음악 / Let the Children Have a World(세상의 모든 장애우들에게)
/ Dana Winner
 양귀비
 흰으아리
 황소눈데이지
 구슬봉이
 개양귀비
 원추리
 좁쌀풀
 연
- 그림 / 꽃을 그리는 창원(菖園)노숙자화백(노주현님친누이)
- 음악 / Let the Children Have a World - Dana Winne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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